Vol. 9
시간은 참 빨라, 어제와 오늘의 유행도 달라 🎶
연말과 새해가 되면 우리는 늘 새로운 다짐을 하죠. 그런데 한 달도 채 안 돼서 그 다짐이 흐지부지될 때가 많아요. 그러면 괜스레 “설날부터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실패’라는 마침표를 벌써 찍기보단, 1월 1일부터 지금까지는 잠시 숨을 고르는 ‘띄어쓰기’의 기간이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멈춘 게 아니라 이어지는 중이다! 이렇게요.
이번 달에는 삶부터 죽음까지 쭈욱 이어지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보려 해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어떤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함께 나누면 좋겠어요.
물론, 매달김다독은 띄어쓰기 없이 매 달 꾸준히 여러분을 찾아올 예정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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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임의 진행자는 [니쥬] 였어요.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주제로 한 권을 선정했는데요, 니쥬가 선정한 책은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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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PICK한 니쥬의 한 마디,
"한 해를 마무리 하는 12월, 차가운 배경 속 따뜻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연말의 공허해진 마음을 데우고 싶었어요. 삶의 시작과 끝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문장이 그동안의 시간을 조용히 돌아보게 만들고, 바쁘게 지나온 한 해를 차분히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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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있어야 빛이 보이고, 좌절이 있어야 성공이 빛나듯이, 죽음을 통해서만 비로소 보이는 삶의 모습들도 있죠. 우리는 흔히 죽음을 하나의 마침표로 구분짓지만, 어쩌면 삶과 죽음은 띄어쓰기나 쉼표처럼 잠시 멈춘 뒤 이어지는, 서로 닮은 한 문장의 두 부분인지도 몰라요.
욘 포세는 주인공의 탄생과 죽음을 ‘물안개가 자욱한 바다의 희미한 지평선’처럼 그려냅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우리는 마치 아침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듯 자연스럽게 삶과 죽음의 흐름을 따라가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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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일생을 담기엔 짧게 느껴지는 책이지만, 생략된 행간에 우리의 삶을 더하면서 깊은 독서를 하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마지막장을 넘길 땐 이유를 알 수 없는 깊은 여운과 먹먹한 감정을 마주하게 될지도 몰라요.
특히 김다독과 함께 읽는다면 더 오래 여운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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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게 되고, 내가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죠. 싱숭생숭한 마음과 작은 설렘을 함께 안고, 한 해의 끝을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맞이하기 위해 다독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답니다 :)
+ 연말 파티 같은 분위기에, 특별 게스트 '두두'님을 모셔 함께 이야기를 나눴어요
김다독: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어요. 각각을 ‘아침과 저녁’, 혹은 ‘탄생과 죽음’으로 볼 수 있죠. 그런데 혹시, 이 구분을 꼭 탄생과 죽음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다른 시선으로도 바라볼 수 있을까요? 또 여러분 각자의 삶 속에서 아침’과 ‘저녁’을 닮은 순간들이 있다면, 함께 나눠주세요.
두두: 저는 책에서 아내의 죽음을 기준으로 시간이 나뉜다고 느꼈어요. 아내와 함께 살던 시기가 ‘아침’이라면, 떠난 이후의 삶은 ‘저녁’ 같았어요. 특히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요하네스가 무너진 일상 속에서 어떻게든 루틴을 이어가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감정이 충분히 정리되지 못했지만, 그 혼란을 마주하기보다는 평소의 행동으로 마음을 붙잡아 보려 했던 게 아닐까..!
항항: 저는 작품 속 ‘아침’을 반복되는 루틴과 안정감이 있는 시간으로 봤어요. 반면 ‘저녁’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망설이거나 충동적인 선택을 하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순간처럼 느껴졌죠. 그래서 아침과 저녁을 ‘삶과 죽음’이 아니라 ‘안정과 불안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 삶에 빗대보면, 회사에서 보내는 평일은 아침 같고 퇴근 후나 주말은 저녁 같아요. 결국 중요한 건 시간 그 자체보다, 그 시간에 내가 어떤 상태로 서 있느냐인 것 같아요.
김루루: 저는 최근 이사를 하면서 진짜 독립했다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아침’은 부모님의 그늘 아래에서 따뜻하게 보호받던 시간이고, 지금의 저는 ‘저녁’에 와 있는 느낌이에요. 퇴근 후 불 꺼진 집에 들어올 때면, 예전엔 가족이 먼저 와 있던 집이 그립더라고요. 이제는 혼자라는 감각을 크게 느껴요. 내 공간이 생긴 건 분명 기쁜 일이지만, 아직 이 ‘저녁’의 고요함이 완전히 편하진 않아요. 그래도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는 건 분명하고, 앞으로 이 시간이 어떤 색으로 변할지 조금 더 지켜보려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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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독: <아침 그리고 저녁>은 은 마침표보다 쉼표를 많이 쓰고, 같은 어구를 반복하는 문체가 인상적이죠. 읽으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항항: 처음엔 문장이 자꾸 반복되고 말이 더듬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약간 혼란스러웠어요. 마치 술에 취한 사람이 같은 말을 이어가는 것 같달까.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단순한 문체의 특징이 아니라 ‘의도된 혼란’이었던 것 같아요. 이야기의 배경이 사후 세계잖아요. 질서나 논리가 명확하지 않은 그곳의 분위기를 독자에게 그대로 느끼게 하려는 장치처럼 느껴졌어요. 문장 끝의 쉼표가 계속 이어지는 것도, 끝나지 않고 흐르는 세계를 표현한 방법 같았어요.
바삭이: 저는 이 문체가 ‘주마등’과 닮았다고 느꼈어요. 사람이 죽기 직전, 단 한순간에 인생 전체가 스쳐 지나간다고 하잖아요. 이 소설도 마침표 없이 이어지는 문장을 통해, 긴 시간을 차근히 서술하기보다 한순간에 몰려드는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생각이 질서 있게 정리되기보다는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감각, 바로 그걸 글로 옮긴 문체라고 느꼈어요.
호야: (드라마 대홍수 스포 주의!) 이 책을 읽다가 드라마 대홍수가 떠올랐어요.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는 AI를 만들기 위해, 엄마가 아이를 구하는 순간을 수만 번 반복한다는 설정이 나오거든요? 처음엔 몰랐지만, 김다미 배우의 옷에 적힌 숫자가 바뀌는 걸 보고서야 ‘이 삶이 반복되고 있구나’를 깨닫게 되는 장면이 나와요. <아침 그리고 저녁>의 쉼표가 계속되는 문체도 그 반복 구조와 닮았다고 느꼈어요. 삶과 죽음, 그리고 의식의 순환이라는 주제가 서로 맞닿아 있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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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독: 마지막 질문이에요. 연말과 이 책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니쥬: 저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뭔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 여운을 느꼈어요. 그런데 그게 묘하게 연말의 감정과 닮아 있었어요. 한 해를 열심히 살았는데도 돌아보면 선명하게 남는 건 없고, 어쩐지 허전함이 남는 그런 느낌이요. 그래서 이 책과 연말의 공통점은 ‘정리되지 않는 감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여러분은 책을 덮었을 때, 혹은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어떤 감정이 남으셨나요?
과이리: 연말이 되면 괜히 북적이는 분위기보다는 집에 머물게 되더라고요. 밖의 화려한 분위기를 멀리서 바라보며,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자주 선택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죠. 그런 점에서, 아내를 잃고 혼자 남은 인물의 고요한 모습이 저의 연말과 많이 닮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삭이: 저는 연말을 일요일처럼 보내는 편이에요. 1월 1일에 새 마음가짐을 장착하기 전까지 스스로에게 주는 잠깐의 ‘방학’이랄까요? 약속도 많이 잡고 평소 지키던 루틴이나 글쓰기, 영양제 같은 것도 잠시 쉬면서요. 그렇게 한 해의 끝을 느긋하게 보내고 나면, 몸과 마음이 조금 흐트러져서 오히려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이 다시 샘솟아요. 그래서 저는 연말과 이 책의 공통점은 ‘또다른 시작을 위한 끝’이라고 생각해요. 주인공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정말로 삶이 끝난 게 아니라 꼭 어딘가에서 다시 태어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레터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질문들도 함께 공유해봅니다.
여러분만의 답을 떠올려보며 읽으면 마치 독서 모임에 함께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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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지 항목으로 별점을 매겨봤어요
난이도 2 / 다독력 3.8
다독즈들의 총 평균 추천도는: 3.9점!
다독즈 모두가 추운 겨울에 읽기 딱! 좋은 소설이라는 평을 남겨주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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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하루를 한번 기록해보면 어떨까요? 사진첩도, 대화창도 없이 오직 시간의 흐름만 떠올리며 아침부터 지금까지 어떤 일들이 스쳐갔는지 천천히 되짚어보는 거예요.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다 보면, 언젠가 ‘내 인생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싶을까’ 라는 질문에도 자연스럽게 가닿게 될지도 몰라요.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그 답이 조용히 떠오를 수도 있겠죠.
혹시 요즘 시간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지금의 이 순간을 ‘마침표’가 아니라 잠시 숨 고르는 ‘쉼표’나 ‘띄어쓰기’라고 생각해보세요. 눈앞의 어려움도 우주처럼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그저 지나가는 한 장면일지도 몰라요. 🪐
지나갑니다, 시간이 지나갑니다! 파이팅 💪🏻💪🏻💪🏻 (feat. 최강록 요리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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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1,000자 에세이 주제는 '아침 그리고 저녁' 혹은 '삶 그리고 죽음'입니다. 주제가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껴지죠? 이 어려운 주제에 바삭이 작가님은 이렇게나 재치있는 글로 답하셨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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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26)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각한 것들
AM 06:00
무정한 월요일의 알람. 사람은 왜 이불 밖으로 나와야 하는가?
AM 08:55
출근 후 할 일을 잠시나마 회피하기 위해 열어본 뉴스레터에서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바로 챗GPT는 시간을 모른다는 것. 대형언어모델은 시계가 없는 방 안에 고립된 사람이 책만 읽고 있는 것과 같아서, 시간을 과거 데이터로 예측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¹
AM 10:40
회사 화장실 조명 아래에선 놀랍도록 새치가 잘 보인다. 오늘도 정수리의 새치 몇 가닥이 상당히 눈에 띄었다. 나는 요즘 그걸 가르마 타는 이정표로 쓰고 있다.
PM 15:30
스무 살 된 노묘를 키우는 지인에게 '고양이 튼튼' 부적을 선물했다. 나는 얌체처럼 이럴 때만 신을 믿는다. 뭔가 바라는 게 있는데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을 때.
PM 17:20
요즘 SNS에서는 2016년도의 자기 사진을 인증하는 챌린지가 유행이라고 한다. 주로 ‘그때가 좋았다/낭만이 남아 있었다/이상하게 그립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나는 2016년이 벌써 10년 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이 챌린지 역시 회피해 버리기로 결정했다.
PM 19:30
40분 간의 화상영어 수업 도중, 영국인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너는 진짜 어려 보여. 왜인지 알아? 계속 웃고 있거든.”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웃음은 노화를 멈춰주니까.” 사실은 어휘력 부족으로 인한 대화 공백을 웃음으로 틀어막는 중이었다.
PM 22:50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은 지구에 공기가 있다는 것만큼 당연하므로 망각하기 쉽다. 그렇게 인생이 영원하기라도 할 것처럼 살다가 문득 지인의 고양이가 아프다는 소식에, 2016년이 10년 전이라는 사실에, 내 새치를 보고 슬퍼하는 엄마의 표정에 뒤통수를 얻어맞는다. 시간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흐른다. 그렇게 싫었던 월요일의 둥근 해도 벌써 자취를 감추지 않았는가. 주어진 모래시계 속 모래의 양은 각각 다를지 몰라도, 언젠가 시계가 멈춘다는 것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가끔은 우리가 공유하는 유한성을 인식하고 서로를 측은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싫어하는 사람을 보고도 미움이 쏙 들어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유는 물론, 시간이 아까워서다.
¹ 출처: 뭐지 뉴스레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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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며,
✨ 항항(EsFp): 할아버지의 손자가 또 다시 할아버지가 되는. 역시 인생은 회전목마 🎠 🍎 과이리(eNTj): 마침표를 찍기 전까지 사랑하자 ! 🐰 니쥬(inFJ): 하얀색과 하늘색의 따뜻한 이야기 🐻 호야(ENtj): 따뜻한 겨울과 사랑이 가득한 외로움 🏃🏻♀️ 셀끽(ENFP): 미래에도 결국 사랑으로 🍺 바삭이(iNfJ): 한 폭의 풍경화 같은 소설. 🍨 김루루(esFj): 남편이랑 한 날에 가고싶다.. 누구 하나 외로워하는 일 없게.
+ 특별 게스트 🌊 두두(iSTp):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인생의 연속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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