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7
한 해를 돌아보며 읽기 좋은 단편 소설집, Dear Life
안녕하세요, 다독즈 여러분! 12월 연말이 다가왔어요! 🎄
올 초 결연한 다짐으로 2025 다이어리를 구매했던 기억이 생생한데요, 미처 채우지 못한 하얀 종이와 희미한 기억만 남아 있네요. 띄엄띄엄 적힌 일기장을 다시 펼치면, 분명 내가 쓴 내 이야기인데도 새롭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마치 단편 소설을 읽는 것 같달까요?
이번 달에는 누군가의 일기장을 읽는듯한 단편 소설집을 소개할게요. 생생한 삶의 모습을 단편으로 묶어낸 디어라이프와 함께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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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임의 진행자는 [항항]입니다.
매달 김다독의 창시자이자 모임을 이끌고 있는 항항이 선정한 이달의 책은 앨리스 먼로의 <디어라이프>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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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PICK한 항항의 한 마디,
"디어 라이프라니. 제목만 읽어도 가슴이 뜨끈해지지 않나요? 25년 하반기는 노벨상 수상작을 읽어보자! 라는 당찬 포부와 함께 이 책을 선정했어요. 게스트 바삭이가 강력 추천한 책이기도 했고요. 다독다독에서 단편 소설을 함께 읽는 건 처음인데, 단편만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답니다. 이야기 속에 쏴악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랄까요. 모든 생은 특별하다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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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강사의 열정적인 강의를 통해 깨달음을 얻기도 하지만, 일상을 함께하는 가족·친구에게서 더 많은 깨달음을 얻곤 해요.
앨리스 먼로는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실적인 묘사를 읽고 있자니, 마치 소설 속 인물들이 어딘가에서 실제로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더라구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어, 흡입력이 대단했어요.
단편집이라 호흡이 짧아 생소할 수 있지만, 함축된 문장 사이를 우리의 감정으로 채워 깊고 찐~하게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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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독서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들의 핵심만 쏙쏙 골라 전달드려요.
김다독: 첫 번째 질문 바로 시작해볼게요. 이 책, 작가의 감정이 많이 반영된 책이라고 느꼈어요. 특히 [불륜]을 소재로 파생된 감정이 많이 녹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사생활이 문란한 작가님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디어라이프처럼 고전 소설에서 불륜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아요. 문학과 불륜은 과연 떼어 놓을 수 없는 주제일까요?
호야: 저는 읽는 내내 ‘뭐지 이거?’, ‘진짜 이런다고?’ 싶을 정도로 되게 덤덤하게 풀어내서 다시 읽기도 하고 그랬어요. 불륜을 그냥 친구만난 얘기하듯이 풀어내는 게 놀랍긴 했어요. 그런데 작가님이 문란한 사생활로 알려져있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이 사람한테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 이렇게 무난하게 풀어냈나’라는 생각도 드네요.
니쥬: 제가 문학 공부할 때 교수님께 비슷한 질문을 드린 적 있어요. '책이나 노래에서 사랑을 주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런 거냐'고 교수님께 여쭤봤었는데, 인간이 본능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 그런 것 같다고 답변해주셨거든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사랑이라는 게 인간이면 모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 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아요. 불륜도 사랑의 한 방법이라면요.
호야: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과도기적 시대상이 반영된 것 같기도 해요. 1900년대로 접어들면서 자유 연애 시대가 도래했잖아요? 정략 결혼, 신분제 이런 게 서서히 붕괴되는 시대였기 때문에 연애, 불륜 이런 소재가 자연스럽게 인기를 끌지 않았을까 싶어요. 당시에는 도파민을 자극할 만한 거리가 많지 않아서, 연애사에 관심이 집중된 게 아닐까 추측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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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독: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볼게요. 장르에 대한 질문인데요, 이 소설집에서 ‘단편’이라는 형식을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호야: 저는 장편 소설을 쓰는 것보다 단편 소설을 쓰는 게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계속 다른 소재를 사용해서 여러 세계를 창조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런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단편 소설을 쓴 이유가, 결말을 독자들한테 맡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장편 소설에 비해서 시작과 끝 부분이 열려 있다보니, 그 부분을 독자가 상상할 수 있게끔하는 장치로 작가가 단편 소설이라는 형식을 활용한 거 같아요.
항항: 이야기가 샘솟는 분일 수도 있겠네요.
호야: 요즘으로 말하면 쇼츠에 특화된 사람이죠.
니쥬: 저는 작가의 성향 차이라고 생각해요. 작가가 100% 다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남겨두고, 또 여운을 진하게 남겨서 내가 쓴 이야기를 잊지 못하게 하려는 그런 의도도 담겨 있을 것 같아요.
김다독: 그럼 다들 단편 소설 좋아하시나요?
항항: 저는 개인적으로 단편 불호예요. 집중했다가 빠져나오고, 집중했다가 빠져나오고 이러는 게 힘들거든요.
바삭이: 저는 장편에 취약하고 단편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다 읽고 나서 ‘그 때 걘 왜 그랬을까?’,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들을 좋아해서요. 장편 소설이 이야기를 남긴다고 하면, 단편 소설은 뭔가 정서 같은 걸 남기는 것 같아요.
과이리: 저도 에너지를 계속 쏟아야 하는 단편이 좀 힘들어요. 한 편 한 편 읽을 때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큰데, 그래도 재밌어요. 그래서 좀 부담없게 한 챕터씩 책을 잘라서 갖고 다니면서 읽고 싶어요.
호야: 장편 소설을 읽으면 그 세계의 관찰자가 되는 것 같고, 단편 소설을 읽으면 그 세계의 주인공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에너지 소비가 많고 적고, 차이를 느끼는 것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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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독: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디어라이프라는 책 제목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바삭이: “For dear life”는 “죽기살기로”, 그리고 “Dear life”는 “친애하는 삶에게”. 제목에 두 가지 의미가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노년의 작가가 자신의 기억이 아니라 감정을 되돌아보면서 쓴 소설 같아요. 자기 인생에서 느낀 감정들에게 보내는 찬사 같은 느낌.
셀끽: 저는 이 소설 중 가장 좋았던 게 제목이에요. ‘Dear’이라는 단어가 너무 따뜻한거예요. 편지 쓸 때 Dear을 쓰잖아요. 전 편지가 애정을 나타내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애정, 따뜻함을 담은 제목이라고 생각했어요.
니쥬: 존재론적 여운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삶에 대해 애정이 있으면서도 어쩔 땐 버거워하기도 하는.. 두 가지 분위기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책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항항: 편지 쓸 때 Dear 받는 사람, Dear 주는 사람 이렇게 둘 다 Dear라는 말을 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삶이, 삶에게- 라는 뜻으로 해석했어요. 어떤 삶을 살아본 사람이, 어떤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책. 이런 느낌?
레터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질문들도 함께 공유해봅니다.
여러분만의 답을 떠올려보며 읽으면 마치 독서모임에 함께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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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지 항목으로 별점을 매겨봤어요
난이도 3.5 / 다독력 4
다독즈들의 총 평균 추천도는: 3.5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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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없이 초초초 짧은 단편 소설을 한번 써 봐요! 우리!
이번 달 모임에서는 다독 멤버들 모두가 자유주제로 700자 내외의 단편 소설을 작성해봤어요. 다독즈들도 용기를 얻어 가벼운 마음으로 무엇이든 써내려가 보는 건 어때요?
새하얀 백지 앞에서 도저히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지금 생각나는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은 편지 한 통을 써보자구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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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멤버가 쓴 700자 소설 중 재밌었던 소설을 엄선해 공유드려요 :)
700자로도 이렇게 멋진 소설이 탄생할 수 있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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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족 (by.바삭이)
시작은 초파리였다. 아니, 복숭아였나. 어제 깎아먹고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넣어둔 복숭아 껍질이 35도가 넘어가는 여름 날씨에 급격히 부패하며 초파리를 꼬여낸 것이다. 원래 과일 같은 건 사 먹지도 않는데, 인스타 화면을 스크롤하다가 <앞으로 당신 인생에 남은 여름은 100번도 채 되지 않습니다> 같은 글귀를 보고 뭐에 홀린 듯 제철 과일을 주문했다. 인스타는 인생의 낭비, 어쩌면 인생의 끝이다. 나는 자꾸만 콧잔등을 스치고 지나가는 초파리를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구석에 처박아두어 수명이 다한 전기 파리채에 넣을 건전지를 사러 가는 길이었다. 이왕이면 초파리 트랩도 있으면 좋고. 그거 효과가 있던가. 블로그 후기라도 찾아볼까···. 검색창에 글자를 입력하며 슬리퍼를 신은 발로 아파트 계단을 내려갔다. 결국 1층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그날은 비가 많이 왔다. 어떤 사람들은 젖은 우산을 털지도 않고 계단을 뛰어 올랐을 것이다. 그래서 계단이 평소보다 미끄러웠던 걸지도. 그렇다면 역시 비 때문인가. 많은 비는 언제나 예상 밖의 일을 불러오기 마련이니까. 어쨌든 생전 마지막 검색 기록은 ‘초파리트랩’이 될 것이다. 멋대가리 없지만 최악은 아니라는 점을 위안 삼는다. 휴대폰 비밀번호는 0000이니까 경찰의 수고를 조금 덜어줄 수 있겠다. 주변 사람에게 했던 사소한 거짓말들은 이제 진실이 되어 버렸다. 영원히 숨길 생각은 없었는데, 그렇게 됐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술이나 더 마실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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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으로 마음 보신 (by. 니쥬)
“오랜만에 외식이나 할까?”
적막을 깬 한 마디였다. 왁자지껄 웃음 소리가 하루종일 들리던 지난 주와 달리 오늘은 먼지가 지나가는 위치를 알 수 있을 만큼 조용함만 두 사람 주위에 남았다.
조용하지만 약간의 생기가 느껴지는 A의 한 마디에 B는 눈이 동그래졌다.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거울을 보며 옷 매무새를 살핀다. 어떠한 긍정의 음성도 없지만, 눈이 커지고, 옷을 갈아입고, 거울을 보는 행동은 모두 긍정의 대답이다.
“삼계탕 두 그릇이요.”
식당에 도착했고, 음식 주문도 한 마디로 끝났다.
“맛있게 드세요~”
종업원의 밝은 목소리에도 두 사람은 별 반응이 없다. 조용히 숟가락만 들 뿐이다. 세상 사는 얘기, 학교에서 있던 일들, 상사에 대한 불만 등 다양한 목소리가 섞인 식당에서 두 사람만 적막을 유지하고 있다. 반쯤 먹었으려나, B가 조용히 입을 뗀다.
”맛있네. 여긴 언제 와 봤어?“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거야. 나도 오늘 처음 왔어.“
식사는 끝났고, 둘 사이의 벽은 조금 얇아졌다. 식당에서 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둘은 말하지 않아도 익숙한 산책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안.” A가 작은 목소리를 먼저 꺼냈다.
B는 A의 얼굴을 쳐다보며 목소리만큼이나 작은 미소를 보인다. 둘은 가까이 붙어 걷는다. 손을 잡는다.
“앞으로도 삼계탕이나 먹자. 마음 보신하게. 맛있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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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동네 (by.끽)
가끔은 꿈같아. 보라색 선으로 동과 서를 가로질러 그곳의 모두가 내리는 종점에 다다라.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누군가 툭툭 어깨를 흔들어. 아가씨 일어나. 내려야 돼. 서울의 끝자락. 이 동네는 뭐랄까, 무려 서울인데 시골의 정취가 느껴진다. 굳이 콕 집어주지 않으면 서울에 속한지도 몰라. 좀 애매하긴 한데 옆으로 가면 김포, 아래로 가면 인천이야. 경계의 틈새랄까. 뭐 어쨌든 서울이긴 해. 내 나이만큼 먹은 아파트들이 다닥다닥 들어찼어. 낡았는데 그렇다고 싹 갈아엎고 다시 짓자니 이른 감이 있고. 애매하지? 이름도 그래. 장미 아파트, 그 옆엔 그린 아파트. 장미와 그린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었을까. 문득 모든 것들이 낯설어. 나는 어쩌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 뚝 떨어져 둥지를 틀게 됐는가. 기다란 복도를 두고 촘촘하게 배열된 철문.을 열면 어떤 이들이 살고 있는가. 서울의 세련됨을 살짝 비껴간 덕분에 양극의 세대가 공존해. 노인과 신혼부부. 노인 혹은 신혼부부. 나는 후자겠지. 아무래도 가냘파 보일까? 서울의 빽빽함에 눌려 울렁거릴 때가 있어. 언제라도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은 공항과 그저 뻥 뚫린 한강이 근처에 있어서 다행이야. 위안이 돼.
길을 걸어가. 피곤하다. 그래도 다들 이렇게 산대. 뭐 어떡하겠어. 다들 이렇게 산다니까...
할머니, 할아버지가 무리를 지어 무언가를 빙 에워싸고 있어. 뭐야. 흥미롭잖아. 궁금해서 빼꼼 들여다봤어.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한 소년의 무릎이 까졌어. 피가 흘러. 아휴. 한 할아버지가 나의 안쓰러움이 얼핏 담긴 눈빛을 읽었어. “학생이 자전거 타다가 넘어졌나 봐” 말을 건네. 동그라미 안에선 가방을 뒤져. 뭐라도 필요한 게 있을까 싶어 손을 휘적휘적 저어. 이윽고 손수건이다. 소년은 무릎의 통증보다 관심이 쏠린 게 더 부끄러운 표정이야. 나는 할아버지와 다시 눈을 찡긋하며 괜찮은 상황이라는 안심의 신호를 나눠.
서울이 예쁘긴 하다. 이 낯선 동네도 마음에 꽤 들고. 마저 가던 걸음을 계속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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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며,
✨ 항항(EsFp): 우리 모두 각자 삶의 주인공! 선물처럼 주어진 삶을 귀하게 여겨줘야지. 🍎 과이리(eNTj): 앞으로 살면서 여러번 읽어 보게 될 것 같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 니쥬(inFJ): 가끔 생각나는 은은하면서 자극적인! 🐻 호야(ENtj): 열차의 여러 칸을 옮겨 다니는 재미가 있다. 🏃🏻♀️ 셀끽(ENFP):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애하는 그녀들의 삶. 특히 작가 앨리스 먼로의 자전적 이야기가 그렇다!
🐶 바삭이(iNfJ): 삶에는 용서하고 용서받는 일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은 것 같다. 젊을 땐 인정하기 싫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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